박사과정을 마무리하며

이번학기를 마지막으로 5년간의 석박 통합과정을 마무리하고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제가 원하는 것들에 후회없이 도전해보기도 했고, 쓰라린 실패도 경험했으며 성격과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기로 다짐한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먼저, 제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가 마무리 되는 것 같아 이 감정을 잊기 전에 기록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로, 학위 과정동안 이 시기를 견뎌내신 수많은 분들의 글을 보며 많은 위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제 글을 공개된 장소에 남기는 것은 거의 처음 인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 연구실 생활

감사하게도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교수님 자랑을 잠깐 해보자면, 학생들을 진심으로 존중해주시는 스승이셨습니다. 제가 저희 교수님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희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신다”는 것입니다. 간혹, 교수님이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시더라도 제 말을 항상 끝까지 경청해주신 후에 솔직한 의견을 나누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입학하던 2019년 9월에는 저 혼자 연구실 신입생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입생 때에는 동기가 없는 탓에 연구실 적응이 꽤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공부와 환경이 낯설기만 했고 부담감도 컸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적응을 도와주던 많은 선배들 덕에 연구실에 한 학기가 지날 때 즈음에는 자연스레 적응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NLP를 연구하게 될거라곤 상상 하지 못했지만, 여러 계기들로 분야를 정하게 되었던것도 즐거운 기억입니다. 제가 첫 프로젝트를 NLP가 아닌 주제로 선택했다면, 아마 제 인생은 조금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연구실은 세미나를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데, 이 경험도 참 좋았습니다. 5년간의 DSBA Training Course (🤓)를 통해 논문을 읽고, 내용을 구조화 하여 정리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새로운 연구들을 읽고 이 개념을 연결해서 제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저는 석사과정으로 입학 했었는데, 새로운 것을 배워 가는것에 큰 흥미를 느껴 박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이 된 이후에는 교수님의 지도 하에 멘토링, 신입생 사전학습, 내부 스터디, 연구 그룹, 논문/개인연구 세미나 등등 더욱 다양한 체계들이 연구실의 문화로 자리잡혀갔습니다. 저는 저희 연구실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2. 연구와 수많은 실패들

하지만 박사과정이 마냥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진 않았습니다. 공부와 동시에 연구가 최우선되는 집단이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소속감을 느끼더라도 본질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동시에 나의 연구를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는게 막막하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더불어 NLP를 대학원에서 처음 알게되었기 때문에 공부해야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제가 신입생으로 처음 참여했던 세미나에서 박사 선배님의 인사말을 제외하고는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입학 후 2년간은 모르는 지식들을 채워나가기에 급급한 시간이었고, 수많은 스터디와 강의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첫 연구 아이디어는 첫번째 학기에 자연스레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연구를 고도화 하고 확장하는 단계에서 한계와 어려움을 겪으며 202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논문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거의 1년 반이 넘는 기간을 씨름하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었습니다. 중간에 이 주제를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때는 어떤 시기에 연구를 멈춰야 하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제출 이후에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1월이 되어서야 publish 되었습니다. 거의 3년 정도가 걸렸네요 !

두번째 연구는 NLP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Task-oriented dialogue를 주제로 방법론을 제안했는데, 이 연구가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2021년 초에 시작된 이 연구는, 10월쯤 실험을 마무리하고 논문을 작성한 후, 5번 reject을 거쳐 6번의 시도 끝에 억셉된 연구입니다. 제출 횟수 만큼 논문을 다시 썼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후에 저널 프로세스를 지나며 두번의 추가적인 리비전을 했고 2024년 2월이 되어서야 accept 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제 인생을 바꾼 이유는, 연구 과정에서 “노력하면 된다”는 제 생각을 철저히 깨트려준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논리적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설득할 수 없다는걸 배웠습니다. 저자 관점에서 리뷰어의 관점으로 연구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고, 이 논문 덕(?)에 박사 과정을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도 셀 수 없이 했습니다. 4번째 reject을 받았던 날을 잊을 수 없네요. 이번엔 리뷰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고, rebuttal 과정에서 리뷰어들의 의견을 바꾸었기에 (reject → accept)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AC의 final decision에서 accept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잠깐 시간 정보를 추가하자면, 첫번째 연구와 두번째 연구의 시기는 상당히 오랫동안 겹쳐 있었습니다. 매일 제가 할 수 있는만큼 에너지를 쏟아 최선을 했지만 그 어느 연구도 눈에 보이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지워내지 못하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지쳐있었습니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매일 좁고 어두운 방에 갇혀 소리를 지르는 기분이었달까요? 커져가는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도 지속되었고, 이 과정에 개인적인 일들도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네번째 reject 후에는 크게 앓아 누웠습니다. 긴장이 풀리고 지속적인 밤샘에 체력적인 한계가와서 몸이 견뎌내지 못했던 탓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매일 고민했습니다. 여기서 그만 둬야 하는건데 나 혼자만 못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연구를 하는게 맞을지, 남아있는 박사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머릿속에 고민이 가득차있었습니다.

조금씩 회복하며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되고, 제 생각을 모두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의 이틀동안 글만 작성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고뇌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으니 “한번 더 해보자” 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석박 통합과정이 6년이니, 6년동안 해보고 정말 안된다면 그때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ccept이나 좋은 결과를 목표로 두지말고, 오늘 / 당장 / 내가 해야할 일들에 집중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연구에는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결과에 의존하는 스스로가 모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가장 확실한건 역시 오늘 최선을 다했는지 확인하는 것 밖에 없더군요. 이후에는 왠만큼 큰 스트레스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여러번 떨어졌는데, 한 두번 더 떨어진다 한들 무엇이 바뀌겠냐는 배짱이 생겼습니다 (건강한 방법은 아니지만요).

저는 제출한 1저자 논문은 있지만 억셉된 연구가 없다는것에 오랜시간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했습니다. 가끔 누군가는 제게 이런 점을 상기시켜주며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량적인 결과만을 보는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던 교수님, 선배들, 여러 멘토님들, 주위 동료들 덕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기회들이 자연스레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 😊

저희 둘째 언니가 이 시기쯤 저와 여행을 떠나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너의 기분과 앞으로의 모습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라는 현명한 조언을 건내주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결과가 없고 어느 것 하나 쉽게 주어지지 않아 “나는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으나, 저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제 잠재력을 보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어른들이 많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운이 정말 좋은 사람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도 교수님께서 “과정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으니, 결과는 시간에 맡겨두는 것도 좋다”며 저를 지지해주신 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이후에도 accept까지 거의 1년이 넘는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만, 제 마음이 바뀌니 모든게 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하나의 기회가 닫히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 실수를 했다고 느끼더라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연습을 했습니다.

3. 그럼에도 변화가 없는 삶

마음을 고쳐먹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겠노라 다짐한 후에도 그 결심을 유지하는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다가도 떨어지는 물 한방울에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와 극단적으로 잠을 줄이고, 제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이유로 감정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취미를 찾고 휴식을 “시도”하는것 조차 큰 부채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취미를 지키고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승화해내는 사람들이 너무 멋져보였지만 그렇게 할 마음의 여유도 용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들로 연구 외에도 해야할 일들이 많은 상황도 부담 되었습니다. 오늘 해야할 일에만 집중하는것도 뭐가 이리 어렵던지요. 해야할 일을 마친 후 연구에 애정을 가지고 하루를 보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이미 극단적으로 수면시간을 줄였지만) 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 했는데도 일이 끝나지 않는 스케줄이 지속됐고, 이 스케줄을 만든 것에는 저의 책임도 있었기에 끝까지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학부 때 부터 누적된 번아웃이 해결되지 않고 쌓여, 저를 조금씩 아프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4. 함께 성장 한다는 것 (a.k.a 멘토링)

글이 너무 어두운 것만 같아 잠시 환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여러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친구들을 먼저 알아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NLP를 공부하는 학생들, 잘 하고싶은 마음에 극단적으로 잠을 줄여 일과 연구를 하는 후배들, 연구와 논문 프로세스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 등등 제가 겪은 일을 그대로 겪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실 저 하나 달래는것도 벅찬 시기였다만, 주위에서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좋은 어른들 처럼 저도 좋은 동료 혹은 선배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오랜 기간 다양한 분들과 멘토링 세션을 진행하고, Paper reading group을 이끌고, 도움이 필요한 연구실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려 애썼습니다. 짧게 생각했을 때에는 제 에너지를 더 쪼개어 사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나, 오히려 이런 과정이 제가 연구를 할때 환기가 되어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을 다했을 때 제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과 동료들 덕에 더 큰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고 돕는 과정들이 우리 모두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도 교수님께 독특한 상을 받기도 했던 즐거운 일도 있었네요. 이 때 받은 상금은 회식 비용으로 연구실 친구들에게 나누었습니다. (교수님이 이런 의도로 주신것이라 생각했고,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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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점점 일상처럼 진행되다보니 이후에는 멘토링이 공동 연구로도 자연스레 이어졌고, 이후에는 실질적인 결과물 (논문)이 되어주기도 했으며 제가 직접 도움을 받기도 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

5. 연구 인턴십

이 시기즈음 좋은 기회로 인턴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imeline상으로 두번째 논문이 네번째 reject되던 당일 날 인턴 기회에 대해 알게되었고 (2022년 11월), 입사를 위한 전형 합격 (서류-코딩테스트-면접 등), 교수님께 허락을 구하고 여러 스케줄 조정 과정을 지나 2023년 4월이 되어서야 입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턴 자체를 하고싶었던 마음도 컸지만, 당장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상태를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부족했고, 쉼 없이 달리기만 해야하는 일상의 사이클 (+ 휴식에 과도한 부채감을 느끼는 상황)을 끊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인턴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 기간 동안은 100%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과감하게 안암을 떠나 회사 근처로 잠시 이사를 갔던 것도 제가 회복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몇 년간 계속 되던 일상과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본래의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턴 기간동안은 정말 큰 서포트를 받았네요. 잘 해내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하나의 주제에 온전히 몰두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쁨이 스트레스를 가볍게 지워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를 하나씩 정리해가고 해결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소 개인적이고, 다른 분들이 엮여있는 일이니 자세히 쓸 수는 없겠지만 모든것이 다 좋았던 기간이었습니다. 내면이 가장 어두웠던 시기라 걱정이 많았는데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습니다. 도움을 주셨던 모든 팀원 분들, 그리고 멘토님들 모두 다시 한번 감사해요 💚

6. 오랜 기다림과 결과들

인턴을 진행하는 과정 중 이전에 제출했던 논문 하나가 accept되었고, 그 이후에 꾸준히 3-4달에 한번씩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해왔기에 제출해두었던 논문들의 결과가 하나씩 쌓여갔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기다리던 첫번째, 두번째 논문도 마침내 Accept 되었습니다. 둘 다 3년의 시간이 걸렸다니 길고도 어려웠던 기다림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취할 수 있는 액션은 두가지 입니다: 1) 목표를 조정하여 다른 학회/저널에 제출한다, 2)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여 원하는 곳에 낸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2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스로 정한 기준을 낮추고 싶지 않았고, 그 탓에 (많이) 부족했던 논문을 계속 수정해나가며 발전시켜갔습니다. 당연히 이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Note: 근데 리뷰가 정말 느리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 교수님께서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 1번 선택지를 고려해보라 말씀주셨지만, 결국엔 ‘항상’ 제 결정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을 때는 이 시간을 견뎌내기 벅찼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이 결정이 항상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빠른 결과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새로운 연구를 위해 에너지를 아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런 선택을 했고, 박사과정은 학위 과정이 긴 편이니 2번을 선택해도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구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연구를 점점 개선해서 끝까지 마무리 해내는 것도 중요하며, 이는 온전히 연구자의 헌신과 끈기에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7. 남은 이야기들

이후 연구들은 지난 시간동안 겪은 시행착오들을 바탕으로 즐겁게 임했습니다. 결과가 당장 잘 나오지 않더라도 새로운 포인트를 탐색하고, 지금 내 방법론을 가장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으며, 늘 그랬듯 연구의 모든 순간에 제 애정과 진심을 듬뿍 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오랜 실패를 경험한 탓에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했던 연구들은 논문이라는 결실을 맺어 원하는 시기에 나와주었고, 졸업 시점에 논문이 몰려있는 좋은 상황으로 연결되어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른 시기에 졸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네요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이 이야기도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논문의 퀄리티나 학회/저널의 우열에 상관없이 그간 해왔던 모든 연구를 애정합니다. 결과와 별개로 저는 매 연구마다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점 부터는 저 혼자 하려 했던 일들을 더 많은 동료들과 지혜롭게 나누고, 동료들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엔 최소 3명 이상으로 팀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했는데, 인턴 기간동안 보고 배운 좋은 문화들을 열심히 적용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네요. 배워야 할게 훨씬 더 많습니다 🤓

박사과정을 선택했기에 배운점이 많습니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었고,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교수님 밑에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간것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대~20대 동안 고민하던 “자존감(self-esteem)”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제 오랜 고민이 해소 되었으며 어릴 때 보다는 조금은 더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회에서도 분명 좋은 일들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저를 기다릴수도 있을텐데요.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저는 최선을 다할것이고, 더 좋은 선택지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8. Special thanks to

5년을 하나의 글에 담아내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감사한것은 부족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긴 기간동안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먼저, 학위과정을 마무리 하기 까지 정말 많은 힘이 되어주신 부모님과 언니들 그리고 형부에게 감사합니다. 가족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배려덕에 이 기간을 버텨냈습니다. 특히 항상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을 해준 둘째 언니에게 앞으로 많이 보답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강필성 교수님과, DSBA 연구실의 모든 동료들에게 감사합니다 (특히 학위 과정을 마무리함에 있어 탁영, 재희, 희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네요). 더 자세한 내용은 연구실 소회에서 제 마음을 따로 전할게요 💌. 늘 좋은 멘토가 되어주신 이충목 교수님, 김미숙 교수님, 강재욱 박사님께 감사합니다. 제 진로와 가치관 형성에 있어 애정어린 조언을 많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연구과정에 큰 도움을 주신 순원님, 보경님, 정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postdoc 준비 & 진행 과정에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던 윤수식 교수님, 이민아 교수님, 최요중 박사님, 장명준 선배, 서중원님, 이인규님께도 감사합니다. 대학원 여정의 시작에 큰 도움이 되어준 Golden Pass 스터디의 종현, 태우, 대영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제게 부스트캠프와의 인연을 만들어준 조규원 선배에게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스트캠프에서 저와 멘토링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모든 캠퍼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매주 NLP 스터디에서 만난 재희, 효원, 건우, 준원, 민진, 상엽님께도 감사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항상 든든했습니다. 애정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박사과정 내내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준 예닮, 대현, 지민, 원영, 보경, 문정, 소민, 태영, 충년, 재윤, 윤승, 소피, 여진 모두 너무 고맙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네요. 제가 받은 모든 조언과 따듯한 마음들 잊지않고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

Yukyung Lee
Yukyung Lee
Postdoctoral Associate

I am postdoctoral associate at Boston University. My research interests include Writing with AI, Language Model Evaluation, Conversational AI, Anomaly Detection